Purpose
This study was performed to explore the contexts and meanings of health life among patients with chronic kidney failure undergoing hemodialysis.
Methods: The ethnography steps presented by Spradley were utilized. The participants were 12 patients from two hemodialysis centers. Data were collected by iterative fieldwork through in-depth interviews and participant observations and analyzed using text analysis and taxonomic methods. Field notes were used along with interviews and dialogue between authors to enhance interpretation.
Results: Five themes on the health life of participants emerged: experiencing the loss of normality of the body and the collapse of daily life, establishing the role of dialysis patients, reorganizing the network, building an integrated coping pattern, and new normalization of the pattern of life. Patients' experiences differed in health life's patterns and meanings according to various individual situations and sociocultural contexts.
Conclusion: Establishing new patterns of life of hemodialysis patients was a normalization process to ensure the adequacy of physical indicators and stability amid physical, emotional, and social challenges. To achieve quality health life, patients should be provided with tailored nursing interventions that consider their individual, social, and cultural situ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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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udy was performed to explore the contexts and meanings of health life among patients with chronic kidney failure undergoing hemodialysis.
The ethnography steps presented by Spradley were utilized. The participants were 12 patients from two hemodialysis centers. Data were collected by iterative fieldwork through in-depth interviews and participant observations and analyzed using text analysis and taxonomic methods. Field notes were used along with interviews and dialogue between authors to enhance interpretation.
Five themes on the health life of participants emerged: experiencing the loss of normality of the body and the collapse of daily life, establishing the role of dialysis patients, reorganizing the network, building an integrated coping pattern, and new normalization of the pattern of life. Patients' experiences differed in health life's patterns and meanings according to various individual situations and sociocultural contexts.
Establishing new patterns of life of hemodialysis patients was a normalization process to ensure the adequacy of physical indicators and stability amid physical, emotional, and social challenges. To achieve quality health life, patients should be provided with tailored nursing interventions that consider their individual, social, and cultural situations.
말기신부전 환자는 신장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손상되어 신장 대체요법에 의존해야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한국의 신대체요법 환자 중 혈액투석 환자는 75.1%이며, 복막투석 환자가 5.5%, 신장이식 환자가 19.4%이다[1]. 한국의 혈액투석 환자 수는 2019년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2.2배 증가하였으며, 해마다 약 7~10% 증가하고 있다[1]. 혈액투석 환자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신장이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투석치료를 평생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제약이 따르므로 이들의 삶의 질 유지에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말기신부전은 심혈관계, 소화기계, 내분비계 등 전신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초래한다.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가려움증, 수면장애 등 불편한 증상을 경험할 뿐 아니라 저혈압, 근육 경련 등 투석치료와 관련된 증상도 경험하게 된다[2]. 이러한 신체적 증상 외에도 혈액투석 환자는 생명을 투석기계에 의존해야 하므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미래 삶에 대한 불확실성, 사회활동 제한, 역할 변화,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삶의 위협을 경험하게 된다[3]. 이들은 절망감, 두려움, 우울 등의 정서적 문제를 경험하는데, 이는 환자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4]. 이처럼 혈액투석 환자들은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심리적 문제를 만성적으로 경험하게 되므로 이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간호중재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매주 2~3회 이루어지는 혈액투석과 함께, 엄격한 수분제한과 식이요법, 투약, 동정맥루 관리 등을 해야 하므로 투석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관리가 혈액 투석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으나 실제로 이들의 자가관리 이행 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5]. 흔히 의료인은 투석치료 과정에서 고칼륨식이와 수분을 제한하고 기저질환의 합병증을 주의하면 된다고 충고한다[6]. 그러나 이러한 병리 생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의학적 접근은 대상자의 혈액투석생활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적절히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떻게 혈액투석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한다.
혈액투석 환자들이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지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경험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근거한 실제적이고 상세한 근거 자료가 필요하며, 이는 질적연구 접근이 유용하다. 혈액투석 환자에 관한 선행 질적연구를 살펴보면, 현상학 연구로 일상생활 경험[4], 치료 부담[7], 생존여정[6], 식사요법 적응[8] 등이 있으며, 근거이론 연구로는 사회심리적 적응과정[9], 여성 환자의 적응[10] 등이 이루어졌다. 이 연구들은 혈액투석 환자의 적응과정과 관련 요인들을 이해하는 데 상당부분 기여하였다. 그러나 투석생활과 관련된 부분적인 관심사나 적응 문제만으로는 혈액투석 환자들이 건강관리와 더불어 어떻게 일상생활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양질의 삶을 영위할 것인지, 그러한 생활은 어떠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구성되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전략을 구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말기신부전 환자들은 다른 만성질환자와는 달리 생존을 위해 운동이나 식생활의 변화는 물론 주 2~3회의 혈액투석을 중심으로 하여 삶의 패턴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환자에게 주어진 이 복합적인 과제는 가족은 물론 우리 사회의 각종 건강관리 자원과 제도뿐 아니라 직업이나 생업과 관련하여 지역사회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이와 같이 혈액투석 환자들의 질병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건강생활 양상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행동 양상을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탐구하는 문화기술지적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문화기술지 연구를 통하여 혈액투석 환자의 건강생활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이를 형성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구체적으로 탐색하여 이들의 건강생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관련된 간호요구를 파악하여 건강생활을 돕기 위한 간호중재 프로그램 개발에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 연구에서 건강생활이라 함은 의료전문가의 생의학적 관점이 아닌 통합적 관점, 즉 혈액투석 환자들이 가족, 의료인 그리고 동료 환자나 친구를 비롯한 지역사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양상을 말한다. 즉, 혈액투석 환자의 건강생활은 단순히 질병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행위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구성해가는 고유한 양상이며 시공간적으로 의식수준이 확장되어가는 과정[11]으로 보는 간호의 통합적 관점에서 탐색하고 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혈액투석 환자의 건강생활을 사회문화적 맥락과 연관하여 이들의 시각에서 심층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혈액투석 환자는 어떻게 건강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어떠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이들의 행위가 구성되는 가?” 등의 연구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혈액투석 환자들이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건강생활과 그 의미를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하여 문화기술지를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본 연구의 핵심 참여자는 B광역시에 소재한 상급종합병원 한 곳과 종합병원 한 곳의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성인 환자들로, 자료수집과 분석을 진행하면서 도출한 주제와 관련된 자료가 포화 되는 시점까지 총 12명이 참여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입원 중인 혈액투석 환자와 인지능력 저하 및 정신과적 병력이 있는 자는 제외하였으며, 선정기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만 20세 이상인 자
• 혈액 투석치료를 받은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자
• 주 3회 주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자
• 국문해독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자
연구참여자 선정을 위하여 먼저 연구자들이 병원 간호부와 인공신장실 책임자를 방문하여 협조를 구한 후, 인공신장실 책임자로부터 대상자 선정기준 및 제외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를 추천받았다. 환자들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혈액투석이 끝난 후 관련 직원의 동석 없이 연구책임자가 개별적으로 만나 연구 설명서를 제공하여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 참여의 자발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연구참여에 동의하는 환자를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연구자는 혈액투석 환자 외에도 간호사와 담당의사를 만나 환자의 상태와 개별특성에 대해 면담하였으며, 일부 환자의 가족을 통해 평소 환자의 일상생활과 건강관리에 대해 면담하였다.
자료수집은 실제 면담이 이루어지기 약 1개월 전 현장에서 연구진행 가능성을 조사한 후 2020년 9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심층면담과 관찰로 이루어졌다. 참여자별 면담 횟수는 1~3회 정도로, 1회 면담 시 소요시간은 약 40~60분 정도였다. 면담은 참여자가 원하는 대로 투석 중 또는 투석 후에 혈액투석실과 상담실에서 이루어졌다. 면담은 비구조화된 개방 질문으로 시작하였으며, 참여자가 자신의 건강생활에 대한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질문, 구조적 질문, 대조적 질문 등을 적절히 사용하였다. 면담질문의 예로 기술적 질문으로는 “신부전 진단을 받고 혈액투석을 시작하신 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혈액투석을 시작하신 후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고 계십니까?/지금까지 해오신 건강관리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등이었다. 구조적 질문으로는 “건강관리를 하시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하셨습니까?”, “건강관리에서 도움이 되었거나 방해가 되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투석으로 인해 일상생활/직업/관계에 어떤 변화가 왔습니까?”, “귀하의 신체/심리 상태에 어떤 변화가 왔습니까?” 등이었다. 대조적 질문으로는 “낮 시간에 오시는 것과 저녁 시간에 오시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혈액투석 초기에 비해 지금 건강/질병에 대한 인식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등이었다.
면담이나 참여관찰 시 현장일지를 활용하여 연구현장의 주요 관찰 사항, 질문의 방향 등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참여자의 태도나 표정, 주변상황 등을 기록하였다. 또한 연구일지를 통해 자료에 근거한 분석과정을 기록하였으며, 면담 자료와 문헌고찰 내용, 연구자의 해석 등을 기록하여 그 내용을 비교하면서 분석 작업을 지속하였다. 연구참여자의 녹음된 내용은 그날그날 여러 번 들으면서 참여자가 표현한 언어 그대로 필사하여 자료집을 작성하고, 별도의 이동식 디스크에 저장시켰다. 면담 내용 중 명확하지 않은 내용은 메모해두어 다음 면담 또는 전화를 이용하여 보충 질문을 하였다. 면담이 끝난 후 참여자들에게는 소정의 사례품이 지급되었다.
참여관찰은 주로 ‘참여자로서 관찰자’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투석 전 대기하고 있는 모습, 환자들 간의 대화나 관계, 혈액투석이 이루어지는 동안 참여자의 행동, 동행한 보호자와의 활동, 혈액투석을 받는 동안 간호사를 대하는 모습, 회진 시 담당 의사를 대하는 모습 등을 관찰하면서 참여관찰을 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윤리적 고려를 위하여 일개 대학교 생명윤리 위원회의 승인(INJE 2020-08-001-001)을 받은 후 시작되었다. 연구목적과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후 면담을 시작하였으며 연구참여에 대한 동의 설명문과 동의서 사본을 참여자가 보관하도록 하여 필요 시 언제든지 연구자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여자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면담내용이 녹음됨과 함께 모든 자료는 익명으로 처리되고 잠금장치로 보안이 유지됨을 설명하였으며, 연구 과정 중 언제라도 참여를 원하지 않을 시에는 철회할 수 있음을 알렸다. 면담을 하는 도중에 힘이 들거나 피로해 하면 면담을 일시 중지하거나 종료하였다.
녹음한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그대로 필사한 면담 자료와 현장일지에 메모형식으로 작성해둔 관찰 자료를 비교 검토하면서 자료를 분석하였다. 자료분석은 참여자들의 건강생활의 요소들과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하여 Spradley [12]가 제시한 영역분석, 분류분석, 성분분석 및 주제분석을 적용하였다. 영역분석은 비구조적 질문과 참여관찰을 통해서 문화적 장면에 관한 자료를 얻은 후에 시작하였고 기술적 질문에 근거하여 진행하였다. 영역분석을 위해 ‘행위자’, ‘활동’, ‘물건’, ‘행동’, ‘시간’, ‘공간’, ‘사건’ 등의 요소들과 이 요소들간의 포함, 인과, 기능 등의 의미론적 관계를 고려하여 파악하였다. 면담 자료와 관찰 자료를 이러한 요소에 대입하면서 영역을 분류하였고, 이과정에서 건강생활과 관련되는 요소들로 다섯 가지 영역, 즉 질병경험, 사회문화적 맥락, 사회적 관계망, 개인수준요인, 건강 관련 성과를 선정하였다.
분류분석의 경우 잠정적으로 분류된 영역별로 혈액투석 환자들의 ‘질병 인식과 질병의 영향’, ‘환자 역할 규범과 사회적병 인식’,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종류’, ‘지식, 건강자원 및 대처전략’ ‘일상생활, 건강 행위 및 임상적 지표의 변화’ 등 하위범주들을 선정하여 분석을 시행하였다. 분류분석에서는 각 영역에 속한 하위범주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 검토하면서 잠정적인 분류표를 작성하였고 다양한 질문 등을 사용하여 이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갔다. 다음으로 성분분석 과정에서는 분류분석에서 찾아낸 하위범주들을 특성, 관계, 목적, 이유, 시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대조하면서 분석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작성한 잠정적 분류표에 대해 원자료를 보고 해당 내용을 대입하면서 적정성, 지속성, 균형성, 방향성, 강약 등 속성들을 확인하였다. 주제분석에서는 전체 영역과 각 하위범주에 나타난 행위양상과 이에 내재해 있는 공통의 의미나 행위원리들을 찾아내면서 혈액투석 환자들이 건강생활을 해나감에 있어 어떠한 양상을 보이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탐색하였다.
본 연구의 엄격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검증(verification), 확인(validation), 타당도(validity)의 측면에서 검토하였다[13]. 검증기준은 연구방법에서 제시한 자료수집과 분석절차를 따라 진행함으로써 충족되었다. 확인기준은 다양한 실제 경험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과정에서 면담질문과 내용, 분류항목과 해당 자료의 의미에 대해 현장일지나 연구일지, 참여자의 가족, 동료 환자, 담당간호사 등을 통해 확인하였을 뿐 아니라 문화기술지 연구 전문가와 문화기술지 연구수행 경험이 있는 연구자들 간의 비교 검토를 통해 이루어졌다. 타당도 기준은 참여자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자료수집 및 분석을 다단계에 걸쳐 순환적으로 실시하였으며 실제 참여자들의 면담내용과 연구자의 관찰내용을 인용함으로써 연구현상을 풍부하게 기술함으로 써 이루어졌다. 또한 연구기간 동안 면담자료와 현장일지, 분석내용, 문헌내용 등을 상호비교하고 구분함으로써 타당도를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연구참여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은 남자가 8명, 여자가 4명이었으며, 연령대는 30대에서 70대로 평균 연령은 57.3세였다. 결혼상태는 기혼이 8명, 미혼이 3명, 이혼이 1명이었다. 직업의 경우 전일제와 시간제가 각각 2명이었고, 무직이 8명이었다. 기저질환으로는 만성사구체신염이 5명, 당뇨병이 3명, 고혈압이 4명이었다. 투석기간은 1년 미만과 10년 이상이 각 1명, 1년 이상 3년 미만이 2명, 3년 이상 5년 미만이 4명, 5년 이상 10년 미만이 4명으로 평균 60.3개월이었다. 본 연구에서 혈액 투석 환자의 건강생활은 다섯 가지 주제, 즉 몸의 정상성 이탈과 삶의 일상성 붕괴 체감, 투석 환자 역할 정립, 관계망의 재구성, 통합된 대처양식의 구축, 그리고 생활양상의 새로운 정상화로 나타났다(Table 1).
Table 1
Health Life of the Hemodialysis Patients with Kidney Failure
참여자들은 신장기능이 악화되어 투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이전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던 몸의 증상과 기능의 결함들을 인식하게 되었고,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활동을 비롯한 사회적 삶의 일상이 와해되어 가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우선 이들은 이전부터 받아 온 다양한 병리검사들의 지표와 몸의 징후를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해석하게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현재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어느 정도 관리나 치료가 가능할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탐색하였다.
고질병이지요. 이 병은 그렇다 아입니까. 고치지는 못하고, 안되지요. 그냥 생명 연장이지요. 투석을 해서 병 고치는 거 아니고요, 그냥 생명을 연장한다 생각하지요. 오늘이라도 안 오면 식사도 못하고 바로 안 좋아지는 거 아입니까? 이식하면 한 10년은, 잘하면 10년 좀 넘게 투석안하고 산다카이 이식하는 거 말고는 딴 도리가 없다 아입니까?.(참여자 5)
위의 진술과 같이 참여자들은 만성신부전을 다른 만성질병과는 달리, 투석을 비롯한 각종 처방을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정의하였다. 이렇듯 투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위급하고 중대한 몸의 변화와 투석개시에 따른 일상의 와해로 인해 참여자들은 혼란, 충격, 분노, 좌절 등 복합적인 감정과 실질적인 생활문제를 겪으면서 본인과 가족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처음 투석을 시작하면서 사람이… 마 낙담이 되고 이래갖고…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못하니까. 이래가 사람이 안 미치겠나. 내가 장사를 하니까 사람을 많이 알고 돌아다니니까 모임도 여러 군데 있는데 이런 활동을 못하지 싶으니까 낙담이 되더라고.(참여자 6)
아울러 이러한 몸의 상태로 인해 그동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던 식생활을 비롯한 기본적인 일상활동, 친구나 이웃과의 사교적 활동, 직장에서의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각종의 문제들을 직시하고 차후에 발생할 문제들을 예측하였다. 이처럼 참여자들의 현황에 대한 인식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경험이며 개인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과의 삶 전반에 걸친 경험이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어요. 병원 갔는데 인제 투석을 해야겠다고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엄청 충격이었죠. 언젠가는 그 시기가 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투석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고. 내가 진짜 놀랬거든요. 이 병은 생활에 규제를 너무 많이 받는다는 거. 내 생활에 리듬이 끊어지잖아요. 힘든데 몸이 힘든 거보다…. 하루걸러 한 번씩 와야 되니까. 사실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잖아요. 내가 직업상 거래처 사람들하고 자주 만나고 골프도 같이 쳐야 되는데, 아무 때나 약속을 잡으면 내가 곤란하잖아요. 이게 생업인데, 내가 이런 줄 다른 사람은 모르니까 내가 ‘을’인 입장이 되니까.(참여자 10)
인자 계속 올리고(구토) 할 때 너무 힘드니깐 진짜 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딸은 아직 시집을 못가서, 아들내미가 준다하는데 아직 어리니깐 못 받고. 이제 뭐 나이도 묵었는데 하다가 안되면 죽고말지 아들꺼 받아가꼬… 애가 어디 하나 안 좋다하면 부모가 되서 그 꼴을 못 보잖아요.(참여자 4)
참여자6과 10의 진술과 같이 말기신부전은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신체 증상이 즉시, 현저하게 드러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일상생활과 생업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참여자 4의 진술과 같이 가족의 건강과 삶까지 위협할 수 있으므로 질병의 영향 범위가 복합적이고 광범위하며 직접적임을 알 수 있다.
참여자들은 일차적인 신기능 장애 또는 기저질환에 의한 이차적인 신기능 장애의 합병증이 나타날 때 의료기관을 찾아 혈액투석 처방을 받게 되는데, 그 징후의 중증도와 진행 과정의 위급성 여부에 따라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다음의 두 참여자는 고혈압 합병증으로 같은 말기신부전 증상을 경험하였으나 상황에 따라 위협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었다. 합병증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응급상황이 아닌 참여자1의 경우 여러 의료기관과 진료과를 거치면서 신장기능 이상이 원인임을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반면, 응급상황에 처한 참여자11의 경우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지각과 인식이 거의 차단되어 극히 부분적인 정보만을 인지하였다.
혈압이 200 이상 올라가서 눈에 혈관이 터져서 앞이 흐리고 안보였어요. 그 증상이 있어서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그런 적은 없었고. 그래서 처음엔 피곤하고 하니까 일단 일반 내과를 갔고, 안 보여서 안과를 가보라 해서 가니까 혈관이 그 뇌압, 혈압 때문에 터진 거라고 큰 병원에 가라고. 그래서 다시 작은 병원에서 이(대학)병원에 왔죠. 이 병원 신장내과로 가라고 이제 그 동네 내과에서 말해줘서 ooo교수님이 처음 보고. 그때 혈액투석을 한번 하고 이삼일 있다가 혈관 수술하고.(참여자 1)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든요. 갑자기 몸살처럼 아프기도 하고 눈이 잘 안 보였어요. 밤에 갑자기 앞이 잘 안보이니까 응급실로 갔죠. 가니까, “투석해야 된다” 그래서 목 여기로 바로 투석했어요. 그땐 사실 제 정신이 아니라서 아무것도 안 들렸어요. “여기서 나가면 죽어요. 못 나가요.” 그런 말을 들어서 그게 더 무서웠어요. 투석이 뭔지도 몰랐고. 당장 뭐 제 정신이 아니었고 뭔가 빨리 결정을 해야했고 언니가 “살아야 하지 않겠니”해서 그냥 그래야 되나보다 했고.(참여자 11)
이렇게 참여자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은 투석치료 처방을 받기까지의 경로, 진단 시 건강 수준 등 질병 관련 특성과 연령, 경제 수준 등 일반적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 참여자들은 투석치료의 시작과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경험함은 물론 변화된 몸과 경제 상태에 제한을 받는 삶을 살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이지만 대부분 기존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참여자의 질병 관련 특성 및 일반적 특성에 따라 기존 역할과 책임의 범위에 변동은 있으나 참여자들은 외래를 통해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로서 기존의 역할을 대부분 이행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외래 환자로서 치료 이행 준수의 의무가 있을 뿐 통상 입원 환자에게 주어지는 가정, 직장, 이웃에서의 역할과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환자인 동시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부모나 자녀 그리고 배우자의 책임을 다하고, 직장에서는 업무를 수행하며, 친구나 이웃 등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이어가고자 노력하였다.
일을 해야지요. 가족들하고 먹고 살아야 되잖아요. 뭐 보통 직장인들은 시간적으로 좀 힘들겠죠. 저녁 5시 타임까지 오기가. 저는 직장생활 하다가 지금은 따로 조그만 개인회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정에 가장이고 여러 상황도 있고 독립해야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참여자 1)
참여자들은 기존의 역할과 환자 역할을 병행하는데, 질병의 진행 정도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른 역할 전환의 허용 범위,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에 따라 역할의 중점이 이동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자녀가 모두 성장하고 가족 경제가 안정되어 가족부양의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상황이거나, 다음 참여자와 같이 다른 가족 구성원이 부양의 책임을 분담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역할을 축소하고 환자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투석하면서 직장 퇴직하고 나름대로 뭐 이제 집사람이 하는 게 있어가지고, 거기 가서 좀 도와주고 소일하고… 투석하는 날은 퍼지더라고. 집에서 쉬고 밥 먹고나면 운동 한 30분 정도, 걷기도 하고 팔굽혀 펴기도 하고. 매일.(참여자 7)
이처럼 참여자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존 가족부양이나 돌봄의 의무와 책임에 환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추가되어 이중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환자의 권리만을 행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기존 생활인의 역할과 환자 역할이 양립되는 가운데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두 역할 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혈액투석을 시작하면서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조정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악화된 건강 상태로 인해 정서적 상처와 사회적 정체성에 손상을 받았으며, 경제적 손실을 비롯한 실질적인 손해를 입게 되었다. 이러한 난관에 직면하여 참여자들은 기존의 가족 및 사회구성원의 역할과 새롭게 대두된 투석 환자의 역할을 병행하면서 ‘환자 아닌 환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기존의 관계망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참여자들은 몸과 마음, 생활기반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기존 관계망을 강화하거나 은닉 또는 축소함으로써 관계망을 조정하는 한편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해나갔다.
기존의 관계망은 가족, 친구, 이웃과 직업 현장의 구성원들로 구성되고, 새롭게 구성되는 관계망은 건강관리에 일차적인 목적을 두는 집단으로 구성되었다. 우선 가족은 혈연과 혼인으로 구성되는 생존집단이므로 다른 집단에 비해 안정적이고 견고한 관계망이 형성되었다. 참여자의 건강 악화로 가족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때 가족은 참여자에게 신체적, 정서적인 지원은 물론 경제적 지원과 생체 신장 공여에 이르기까지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집약적으로 제공하는 실질적 자원이 되었다. 드물게 참여자 2와 같이 참여자의 정서적 안정이 보장되지 않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이혼 등으로 가족관계가 단절되어 관계망이 축소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관계는 참여자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견고해졌다. 참여자 중에는 병원에 혼자 오갈 수 있어도 배우자나 자녀가 동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일부는 투석을 마칠 때까지 함께 있기도 하였다.
남편이 가까이서 젤 많이 챙겨줬고요, 아들들도 첫째하고 막내가 번갈아가며 병원에 데려다 줍니다. 갈 때는 나 혼자 지하철 타고 가고요. 매일 그렇게 해줍니다. 그것도 고맙지요. 며느리들도 그거 갖고는 뭐라고 하지 않고요.(참여자 5)
친구, 이웃, 직장 등 가족을 벗어난 사회적 관계망도 참여자의 건강관리에 미치는 실질적, 정서적 이득 여부에 따라 조정되었다. 참여자들은 직업상 유지가 필요한 관계에 대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감추었고, 자신의 건강관리와 가족 내 역할 실천에 장애가 되는 관계에 대해서는 단절하거나 거리 두기를 통해 축소하였다. 즉 이들은 투석 환자로서 음식조절, 일의 강도 조절, 외래진료나 인공신장실 방문에 대해 배려받을 수 있는 소수의 친구나 직장 구성원과의 관계로 관계망을 제한하였다.
이제 이러다 보니 많은 사람 필요 없어요. 마음을 나눌 친구 두세 명 있으면 되고, 또 딸 있고. 신랑도 있으면 더 좋겠지만, 가족 있으면 되지. 어지간하면 집에서 지내요. 집 병원, 집 병원. 폭이 많이 좁아졌어요. 인간관계 폭도 좁아지고, 사회폭도 좁아지고. 모든 것이 다 좁아졌죠.(참여자 2)
참여자들은 기존의 관계망을 정리하는 한편 건강관리를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였다. 이 새로운 관계망은 두 가지 형태 즉, 투석치료를 통해 알게 된 동료 환자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비대면 온라인정보망으로 구성되는 일반건강관리 관계망과 참여자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전문건강관리 관계망으로 구분된다. 먼저 일반건강관리 관계망에서 동료 환자 및 그 가족과의 관계망은 외래나 인공신장실 대기실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에 의해 형성되었고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 교환관계에 있었다. 이에 비해 비대면 온라인정보망은 참여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구축되고 제시된 정보를 참여자가 취사선택하는 일방적 관계에 있었다. 일반건강관리 관계망에서 참여자들은 건강 관련 상황과 이를 극복하려는 태도의 정도에따라 관계망 형성의 적극성과 주도성에 차이를 보였다.
내가 처음 투석 시작할 때 저어 대기실에서 환자들 보호자들한테 많이 물어봤지요. 투석하고 얼마쯤 되면 좀 먹는 거 이런 거 괜찮아지는가, 첨에 마 계속 토하고 미식거리고 밥을 전혀 뭐 먹지를 못했거든요. 그래가 그런 거 남편이 묻고. 언제쯤 지낼만한가, 괜찮아지는가, 먹는 거는 뭐 조심해야 되는가, 혈관 여 툭 튀나온 거는 계속 이렇게 가는가 뭐 많이 물었지요.(참여자 5)
음식관리 같은 건 병원에서도 그런 자료 주시지만, 워낙 인터넷, 그 핸드폰에도 잘돼있으니깐. 칼륨, 인, 100그람당 얼마 이런 게 다 나오니깐 그런 거도 참고하죠. 될 수 있으면 우유 같은 건 안 먹고. 유제품, 치즈 이런 건 안 먹을라구.(참여자 1)
전문건강관리 관계망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 건강관리 환경, 건강요구 등 상황에 맞는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의료기관과 전문의료인을 찾아다녔다. 즉 참여자들은 기저 · 동반 질환과 합병증을 치료하는 진료과가 있거나, 신장내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신장이식 등 신 대체요법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이 관계망에서 참여자들은 의사에게는 치료적 관계를, 간호사에게는 돌봄 관계를 기대하였는데 즉, 의사로부터는 최신의 전문적 치료기술과 건강관리정보를 획득하고자 하였고 간호사에게는 통증을 덜 유발하는 주사를 비롯한 투석 관련 기술과 관심, 위로 등 정서적 돌봄을 기대하였다. 이 관계망은 건강관리를 받는 상황에서만 치료자 · 돌봄자- 환자 관계가 형성되기는 하나 이들의 건강 문제가 비교적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속성을 지녔다. 참여자 중 일부는 주치의나 담당간호사 회진 시 반갑게 인사하거나 질문을 하기도 하는 한편, 일부는 휴식하면서 간단히 눈인사하거나 손을 들어 인사를 표하였다. 의료진의 경우 주치의는 환자에게 짧은 안부를 묻고 간호사는 주로 활력징후 측정과 투약 관련 확인 절차를 시행하였다.
동네병원에서 단백뇨가 계속 나오니까. 그러다가 큰 병원 가봐라 해서 대학병원 가서 거기서 진단받고, 이식 신청도 하고. 투석은 여기서(종합병원). 여기는 집이 가까워서 일단 왔는데, 신장내과 전문의가 있어서 여기로 결정한 거죠.(참여자 10)
투석하러 오면 좀 삭막해요. 입원병동이 아니라서 그런가. 여기 있는 간호사들은 바늘만 딱 찌르면 끝이라. 환자가 투석만 하는 거지. 간호사가 와 가지고 힘드냐 어떠냐 이런 얘길 안 해요. 그거는 딱 한 번 하죠. 뺑 돌면서 혈압재고 약 필요합니까?. 불편한 걸 환자들도 거의 얘기를 안하죠, 근데 이해는 돼요. 이 환자들이 스트레스 풀 때가 없어 가지고 간호사한테 풀어뿌니까 환자를 잘 접촉을 안 할라고 하죠. 뭐 꼬투리 하나 잡히면 소리 지르고 난리죠.(참여자 8)
이렇게 참여자들은 투석치료를 시작하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강화나 축소를 통해 조정하고 건강관리를 일차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관계망 조정을 통하여 참여자들은 몸과 삶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혈액투석을 위해 이틀에 한 번씩 인공신장실을 방문해야 할 뿐 아니라 제한된 식이와 수분 섭취, 운동과 활동량 조절 등 각종 치료 처방을 이행해야 하므로 기존의 일상생활과는 매우 다른 많은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이러한 시간적, 신체적 제약뿐 아니라 직업적 제약으로 경제적으로도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므로 효율적인 대처양식을 사용하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 가족을 포함한 삶의 안정을 지키면서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다양한 대처양식을 사용하였는데, 크게 세 가지 양식 즉, 인지적 대처, 관계중심적 대처, 그리고 과제지향적 대처양식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다차원적 대처양식은 참여자의 성별, 연령, 경제 수준 등 일반적 특성과 질병 기간, 기저 · 동반 질환 등 질병 관련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인지적 대처는 참여자들이 건강 지표와 생활 사건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전략을 통해 이루어졌다.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였고,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받아들일때 비로소 자신의 건강관리가 시작되는 것임을 경험하였다.
내가 투석 환자인 거를. 쿨하게 인정해라. 그 길만이 롱런할 수 있다. 가족들 응원의 소리를 많이 들어라. 콩팥은 나빠도 다른 거는 건강하잖아. 그걸 활용하면 되지. 정말 이 한마디에 할까말까 이렇게 되거든요.(참여자 10)
참여자들은 앞서 투석생활의 시작과 더불어 누구와 관계를 강화하고 축소할지를 판단하면서 관계망을 재구성하였다. 즉 투석생활이 이루어지는 동안 가족관계는 더욱 강화되었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자신의 상태를 감추거나 거리두기, 단절 등을 통하여 관계를 축소하였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참여자들은 몸과 삶의 균형과 안정을 이루어나갔다.
투석 받는 날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우울하지 않게, 좋게 지낼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친한 친구가 있어요. 마음을 다 주는 친한 친구. 그 친구와 같이 교감을 나누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고향 친구들과도 많이 놀러 다녔어요. 그 애들하고 힐링이 많이 됐어요.(참여자 2)
또한 참여자들은 자신의 건강관리 역량에 맞추어 식이조절, 활동량이나 종류 등 구체적인 건강관리방법을 선택하고 처한 상황에 맞추어 투석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과제지향적 대처양식을 사용하였다. 혈액투석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이행해야 할 필수적인 치료임을 받아들이면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운동을 쭈욱 하고 있고 사무실하고 집하고 걸어 다녀요. 평소 관리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검사를 하는데 뭐가 나쁘다 그러면 내 스스로 생각해보죠. 그 원인이 있을거니까. 생야채, 상추쌈 이런 거를 아주 좋아하는데, 집에서는 올리지도 않는다든지, 밖에서도 안 먹는거야. 아시죠? 먹는 거 참는 게 얼마나 힘든지.(참여자 8)
참여자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경제적 여건, 연령, 가족배경, 건강자원을 기반으로 해서 성과가 높은 방향으로 대처해나가고자 하였다. 즉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 맞추어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대처양식을 사용함으로써 주어진 다중 역할을 이행하고자 하였다.
참여자들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경제적 부담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일상의 중심에 혈액투석이 자리를 잡아감으로써 투석 이전의 생활과는 또 다른 새로운 생활양상을 만들어갔다. 참여자들의 몸은 여전히 허약하고 건강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남아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난관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질병과 삶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여 일상을 재편성해나갔다.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진 이 새로운 일상에서 참여자들의 질병과 투석생활은 자신과 가족의 고유한 일상 경험이 되었다.
처음에는 병원에 가는 게 완전 도살장에 가는 것 같았는데. 처음에는 인정이 잘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투석은 해야 되는 거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인정해 가면서 사니까 이게 일상생활이 돼버렸지. 지금도 병원에 오는 날은 싫죠. 그래도 크게 뭐 막 요즘은 그렇게 힘든 생각은 안듭니다. 이 병은 뭐라고 해야 하나. 투석하고 집에 가고… 이런 게 생활화가 되니깐. 음식조절이라든가 운동하고 그런게 인제는 습관이 돼 있어서. 일을 좀 하면 다른 잡생각도 덜 하고.(참여자 9)
한편 참여자들에게 여전히 많은 제약이 남아있지만 제한된 시간적 공간적 조건 내에서 건강관리 활동과 사회활동을 정밀하게 재구성하였다. 기저질환인 당뇨병의 악화로 왼쪽 다리가 절단되어 신체적 제약이 큰 참여자2는 의족을 하고 협소한 거주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만의 건강관리방법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반면, 이동과 신체활동에 제약이 적은 참여자10은 투석시간을 조절하여 경제활동의 범위를 이전과 유사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운동은 해 주는 게 좋죠. 왜냐하면 저는 먹는 거는 정확하게 하루 2끼는 챙겨먹거든요. 그런데도 운동을 안 하고 먹고 나면 금방 3키로씩 늘고 하니깐 그럼 굉장히 부담이 가고. 아침엔 자전거 1시간 집에서 자전거. 저녁엔 집에서 2시간 정도 걷습니다.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요. 7시반부터 9시, 9시반까지. 작은 방 침대에서 주방 냉장고까지 딱 15보 되거든요. 왕복 30보. 제가 딱 3,4천 보 정도 걸을려고 하거든요. 좀 단조로워도 텔레비를 틀어놓고…(참여자 2)
거래처 사람들하고 약속을 잡을 때 화목토는 뭐라 그러냐 하면 화목 오전에는 oo 에 일 나간다 그래요. 오전에는 일단 투석 받고 11시 반쯤에 마치니까 오후에 만나자 그래요.(참여자 10)
참여자들이 투석 초기에 건강관리와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방어하기 위해 주로 사용했던 은닉, 축소 등의 전략들은 새롭게 구성한 일상에서도 지속되었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제약상황에 대처해가면서 투석생활을 자신의 일상생활에 자리잡아 갔고, 제한된 신체적, 사회경제적 자원들을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효율적으로 채워나갔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말기신부전과 혈액투석이라는 렌즈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먼저 참여자들은 말기신부전으로 인해 몸의 비정상적 변화를 경험하고 투석이 시작되면서 일상생활과 사회경제적 생활이 와해되어감을 경험하였다. 혈액투석은 말기신부전 관리의 중심이지만 실제적인 개시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된다. 이는 말기신부전으로 인한 몸의 기능변화와 불편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하고, 가족 전체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손상을 초래한다는 결과에 의해 뒷받침된다[3].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응급상황에서 또는 비교적 덜 위협적인 상황에서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러한 응급 여부에 따라 참여자는 충격과 공포로 인식이 거의 차단되어 극히 일부 정보만 인지하거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적정 치료시기를 놓치고 질병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신부전과 치료선택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상태에서 투석을 시작하게 되어 참여자들은 엄청난 충격을 경험하였으므로 대상자의 상황에 맞게 정보나 교육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상황특이 이론은 대상자 간호에서 임상현장에 좀 더 가깝고 대상자의 맥락과 상황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간호중재가 이루어져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14]. 또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혈액투석 환자들의 48%가 혈액투석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상태에서 투석이 시작되었으며, 투석개시 전, 이에 관한 조기상담과 교육이 이루어진 경우 환자의 사망위험이 24% 감소하였고 그 중 투석 후 90일 이내 급성 사망률은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15]. 따라서 환자가 신체적, 심리적으로 적절히 준비되지 못했을 때 투석을 시작하는 것은 위기로 경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차적 또는 이차적 신기능 장애가 우려되는 환자에게는 신부전과 관련된 증상이나 징후, 그에 따른 대처 등에 관해 사전에 교육과 상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은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역할을 선택하고 조정하여 재정립하였는데, 치료지시나 관리를 적절히 이행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중증 환자이지만 이들에게는 통상 입원 환자에게 주어지는 가족부양이나 돌봄 등 사회구성원으로서 의 역할이 면제되지 않아 환자 역할은 물론 기존 일상적 역할도 여전히 수행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혈액투석 환자의 경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일상적 역할보다 가족과 친구에게 의지하고 의사 처방을 따르면서 자신을 돌보는 환자 역할에 초점을 두었다[16]. 말기신부전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질병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며 이로 인해 환자의 정체성과 책임성에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7]. 혈액투석 환자는 매일 엄격한 건강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환자와 사회인의 이중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건강관리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이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제도적, 사회문화적 지원과 아울러 실질적 도움이 절실하다. Grubbs 등[18]은 말기신부전 환자의 원활한 투석치료 진행과 관련된 요인으로 국가 및 의료기관의 정책, 의료문화, 그리고 사회문화를 보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석 환자들은 중증난치 질환자로 분류되어 건강보험에서 산정 특례를 받을 수 있고 투석치료 3개월 이후에는 신장 장애로 등록되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19],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20]. 이처럼 국가 제도 차원에서 투석 환자에 대한 치료 및 지원체계는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으나, 의료현장에서 임상적 지표에 앞서 환자의 경험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의료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 특히 직업 현장에서는 투석 환자에게 공식적, 비공식적 배려나 혜택보다는 저임금, 낙인 등 불이익이 더 흔히 주어지므로 이 질병과 환자에 대하여 정확하게 인식하고, 지지적이고 허용적인 사회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21].
참여자들은 신체적, 심리사회적 건강 문제와 경제적 손실 등을 겪으며 환자이자 사회구성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기존 관계망을 조정하고 새로운 관계망을 구성하였다. 특히 참여자들은 동료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를 통해 정서적 안정은 물론 투석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 이러한 결과는 동료환자의 경험을 통해 배움으로써 긍정적인 대처전략을 좀 더 자주 사용하도록 힘을 얻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16]에 의해 뒷받침된다. 하지만 동료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 비대면 온라인망을 통해 획득한 정보 중에는 전문성이 결여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정보들이 단지 자료 수준에 머물지 않고 건강관리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지식의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대면적인 관계망의 형성이 중요하며, 아울러 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하여 최대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양방향 소통체계를 갖춘 전문적인 온라인 앱 형태의 프로그램이 유용하다고 본다. 이러한 오프라인과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혈액투석 환자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때 이들의 평생 건강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참여자들은 전문건강관리 시스템과의 관계망 중 간호사에게는 투석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였고 자신들의 몸 상태를 빨리 알아 차려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정서적 돌봄을 기대하였다. 혈액투석은 매우 침습적이고 심신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위협적인 경험을 하게 되므로 면밀한 돌봄이 요구된다[22]. 하지만 혈액투석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들과 의료인들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하고[18] 실제로 이들로부터 적절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3]. 흔히 의료인들은 환자의 생의학적 요인을 검토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24]. 하지만 의료인으로부터 정보공유, 지속적 관리, 그리고 개별화된 지지를 받을 때 환자는 삶의 제약성을 낮게 지각하고 통제력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5]. 또한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의 적절한 지지는 사기를 복돋우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환자들이 혈액투석치료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26]. 따라서 간호사는 혈액투석 환자에게 숙련된 기술과 더불어 개별 환자의 상황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좀 더 전문화된 신장 전문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참여자들은 투석 환자의 역할 정립과 관계망의 재구성을 토대로 몸과 삶의 안정을 효과적으로 도모하고자 다양한 차원에서 대처양식을 사용하였다. 참여자들은 건강지표와 생활사건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현실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결과는 자혈액투석 환들이 말기신부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힘든 현실적 처지와 자신의 욕구 간의 간극을 메워나간다는 결과[10]와, 혈액투석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인식하고 실존적 긴장과 타협하고 개인적 의미를 찾을 때 붕괴된 일상을 회복해나간다는 결과[22]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렇게 현실인식을 증가시키고 긍정적 관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혈액투석 환자가 스스로 건강관리를 시작하는 첫 단계가 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성공적인 전략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들의 심리사회적 요구와 건강관리 요구를 통합하여 인지 행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한다면[27] 고군분투하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전문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참여자들은 과제지향적 차원에서 음식조절과 체중관리, 활동유지 등 구체적인 건강관리방법을 실천하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참여자들은 식이 및 수분 제한이 매우 힘든 경험임을 토로하였는데, 이러한 제한은 평생 끊임없이 분투하면서 엄청난 자기 훈련이 필요한 과정이며 환자 고통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결과[28]에 의해 뒷받침된다. 하지만 식이 및 수분 제한은 단지 참아야 하는 힘든 경험으로 보기보다 이러한 제한에 대한 환자의 인식, 상식과 과학적 지식 간에 올바른 경계를 찾는 어려움, 그리고 이행에 대한 동기와 의지 등이 포함된 다차원적 문제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29]. 투석 초기에 환자들은 흔히 이러한 제한적 치료섭생에 대해 낙심하고 부정적인 가정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이 지속될 경우 고통은 가중되며 불이행과 회피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27]. 따라서 혈액투석 환자들이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대처전략을 개발하고 기존의 전략들을 좀 더 빈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 맞춤형 대처전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환자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간호사들은 환자들이 직면하는 많은 도전을 이해하고 이들의 요구를 지지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은 모든 상황적 난관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질병과 삶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여 일상을 재편성해나갔으며, 건강관리와 기존의 일상적 역할을 잘 완수하기 위하여 시공간적 활동을 집약적으로 재구성하였다. Yang [6]은 혈액투석 환자들이 다양한 대처를 통해 고통을 견뎌 나가는 한편 몸의 부정적 변화와 현실적 어려움들로 인해 여전히 고통을 겪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형성해나간다고 보고한 바 있다. 말기신부전 환자가 투석을 받으며 산다는 것은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며 투석치료가 평생 지속되어야 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30]. 하지만 의료인의 개별화된 지지와 사회적 지원은 환자에게 불확실성의 위험에서 긍정적인 정서 상태로 유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25]. 따라서 간호사는 혈액투석 환자들의 개별 제약상황을 고려하여 건강관리와 함께 직업활동이나 사회생활 등 생활 전반을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혈액투석 환자의 새로운 생활양상은 급격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변화 속에서 신체적 지표의 적정성과 삶의 안정, 균형 유지 및 역동성을 확보해 가는 정상화 과정이었다. 이들의 경험은 다양한 개별 상황과 사회문화적 맥락이 내포되었으며, 이에 따라 건강생활의 양상과 의미에 차이가 있었다. 의식 확장으로서의 건강 이론[11]에 따르면,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고유한 양상을 지니고 계속 발전해 나가며, 건강은 의식수준이 확장되어가는 과정이며 간호는 대상자의 의식이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도록 돕는 행위로 본다. 이렇게 자혈액투석 환들이 일상성을 확장해가면서 건강생활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의식의 수준이 더욱 긍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간호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말기신부전을 가진 혈액투석 환자의 건강생활을 개인의 다양한 제약상황에서 몸의 안정과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유지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양상으로 보는 간호의 통합적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참여자들은 취약한 몸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가운데 건강 지표와 삶의 사건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건강관리를 일상생활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갔다.
참여자들의 건강생활은 성별, 연령, 경제 수준 등 일반적 특성과 질병 기간, 기저 · 동반 질환 등 질병 관련 특성, 그리고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혈액투석 환자 간호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들의 개별 상황에 따른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의 건강관리 실천은 주로 자신의 경험이나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평생 건강관리 차원에서 체계적인 전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건강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들이 단지 생존상태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생활양상을 정립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인-가족- 지역사회-전문가 공동체의 지원체계를 통한 건강과 복지 차원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혈액투석 환자의 건강생활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그 양상과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이와 관련된 간호요구를 파악하여 양질의 건강생활을 위해 개인적, 사회문화적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간호중재 개발의 기초를 제공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편 본 연구는 참여자들이 혈액투석을 구심점으로 하여 새로운 생활양상을 구축하는 행위들을 심층적으로 기술하는데 목표를 둔 서술적 해석학적 접근의 문화기술지를 적용하였으므로 각 행위와 요소들이 어떻게 연관되고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이론 수준의 이해를 제공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혈액투석 환자의 건강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맥락을 토대로 실무에서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황특이 이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환자의 개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정할 필요가 있다.
CONFLICTS OF INTEREST: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AUTHORSHIP:
Study conception and design acquisition - YJ and CM-O.
Data collection - YJ.
Analysis and interpretation of the data - YJ and CM-O.
Drafting and critical revision of the manuscript - YJ.
This study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 (MSIT) (No. 2020R1F1A1072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