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Professor, College of Nursing ․ Research Institute of Nursing Scienc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Daegu, Korea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process of symptom acceptance of tinnitus patients.
METHODS
Data were collected from October 2017 to March 2018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15 tinnitus patients. Verbatim transcripts and field notes were analyzed using grounded theory methodology developed by Corbin and Strauss.
RESULTS
The core category about the symptom acceptance of tinnitus patients was identified as “accepting tinnitus as an alarming sign to escape from the prison of ear ringing and maintain good health.†The acceptance of tinnitus consisted of three phases: “desperate effortâ€, “resigned reflection on the past stageâ€, and “voluntary change in viewpoint stageâ€.
CONCLUSION
The findings from this study show that tinnitus had a great impact on the life of the patients. The core category: “accepting tinnitus as an alarming sign to escape from the prison of ear ringing and maintain good health†shows the agony and endeavor of the patients in the process of accepting the symptom as the part of their life amid lack of social insight into tinnitus. Healthcare providers' cooperation is needed to build a supportive social atmosphere to help these patients empathetically and enhance their coping capabilities and symptom management. This finding will be helpful for developing educational programs and intervention guidelines and providing appropriate counseling services for these peopl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process of symptom acceptance of tinnitus patients.
Data were collected from October 2017 to March 2018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15 tinnitus patients. Verbatim transcripts and field notes were analyzed using grounded theory methodology developed by Corbin and Strauss.
The core category about the symptom acceptance of tinnitus patients was identified as “accepting tinnitus as an alarming sign to escape from the prison of ear ringing and maintain good health.” The acceptance of tinnitus consisted of three phases: “desperate effort”, “resigned reflection on the past stage”, and “voluntary change in viewpoint stage”.
The findings from this study show that tinnitus had a great impact on the life of the patients. The core category: “accepting tinnitus as an alarming sign to escape from the prison of ear ringing and maintain good health” shows the agony and endeavor of the patients in the process of accepting the symptom as the part of their life amid lack of social insight into tinnitus. Healthcare providers' cooperation is needed to build a supportive social atmosphere to help these patients empathetically and enhance their coping capabilities and symptom management. This finding will be helpful for developing educational programs and intervention guidelines and providing appropriate counseling services for these people.
이명은 외부 자극 없이 머리 내부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성인 이명 유병률은 20.27%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높고, 60대 이상에서 증가하는데[1, 2] 우리나라 노인인구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환자 수의 빠른 증가가 예상된다. 이명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으나 내이 혹은 청신경 손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각기관 기능 부전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을 위해 청각검사, EEG, MRI 촬영 등이 시행되는데 표준 치료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항우울제, 항정신성 약물, 신경안정제 및 항경련제 같은 약물이 처방되거나 인지행동치료, 습관화 치료 등의 비약물요법과 수술, 뇌심부자극술 같은 시도가 행해진다[3].
이명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불편감을 초래하고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데 성별이나 연령이 이명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보고된다[4, 5]. 이명 중증도와 높은 상관성이 있는 수면장애는 이명 환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어려움이다[6]. 야간에 더 커지거나 빈번하게 되는 이명은 입면을 방해하고, 수면 중 각성을 유발하여 수면의 질 저하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만성피로 같은 신체 증상을 유발한다[3]. Schecklmann 등[7]은 만성 이명 환자의 76%가 불면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이명과 불면은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여 불면이 이명 악화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이명으로 불면이 악화되기도 함을 보고하였다.
이명은 환자의 신체적 피로뿐만 아니라 심리, 정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명으로 긴장, 불안, 초조, 우울, 좌절감 등의 부정적 정서가 유발되고 이러한 부정적 정서는 다시 이명 악화를 초래한다[8]. 이명으로 인한 혼란과 초조함으로 환자들은 사회적 활동에서 흥미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9]. 이명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높은 우울증(25.6% 대 9.1%)과 불안(26.1% 대 9.2%) 유병률을 나타내는데[6] 이들 중 일부는 심각한 불안과 초조감, 우울을 겪으며 적절한 대처를 못하여 즉각적 중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
이렇듯 환자의 신체, 심리적 어려움을 유발하고 삶의 질에 만성적 영향을 미치는 이명은 수명 연장을 감안 할 때 영향력이 점점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이명이 최근 의료적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민간요법 효과 검증[10]을 포함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명에 대한 효과적 중재를 찾는 이들 또한 점증함이 보고되었다[11]. 최근 국내에서도 이명에 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져 유병률 파악[12]과 원인 규명 시도가 이루어졌다[13]. 그러나 아직 명확한 효과가 입증된 이명 중재 및 치료는 부재하며 대부분 연구가 병원 치료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치료 효과 검증에 관한 것이어서 일상생활에서 환자들이 이명을 어떻게 체험하고 수용해 나가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는 이루어진바 없다.
이에 본 연구는 근거이론적 접근을 통하여 이명 환자들의 증상 체험과 증상 수용과정을 심층적이고 통합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근거이론은 현상에 대한 인간 행동의 저변에 있는 신념과 의미를 드러내고, 행동의 이성적 혹은 비이성적 측면을 탐색하며 논리와 감정이 어떻게 결합되어 상황에 반응하는지, 작용/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문제를 다루어 가는지를 보여준다[14]. 이러한 접근으로 얻어진 연구결과는 설문지를 바탕으로한 통계, 조사연구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명 환자들의 증상 체험과 수용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하여 이명 환자의 이명 증상 체험과 증상 수용과정을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함이다.
본 연구는 이명 환자들이 체험하는 이명 증상과 수용과정 탐색을 위해 개인 심층면담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Corbin과 Strauss [14]의 근거이론으로 분석한 질적 연구이다.
본 연구에는 이명 발생 후 최소 1년 이상 경과하고 이명 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 및 기타 치료 경험 있는 자로서 이명 외 다른 내외과적 질환이 없고, 이명 발생 전 정신과적 병력 없으며 전신상태 양호하여 면담에 참여할 수 있는 자 중 본 연구목적과 면담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풍부하게 나누기를 희망한 15명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평균 연령은 42.53세였고, 20대 3명, 30대 2명, 40대 6명, 50대 3명, 60대 1명이었고 여성 6명, 남성 9명이었다. 유병 기간은 최단 1년, 최장 23년으로 평균 6년 07개월이었다. 교육수준은 고졸 1명, 대졸 13명, 대학원졸 1명이었다. 종교는 불교 2명, 무교 6명, 기독교 7명이었다. 참여자 전원이 지속적 이명을 겪고 있었고, 6명은 일측성, 나머지 9명은 양측성으로 이 중 3명은 한쪽은 지속적, 나머지 한쪽은 간헐적 이명이었다.
자료수집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수행되었다. 참여 의사가 있는 자에게 본 연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였고 참여자 선정기준에 부합한지 확인 후 자발적 참여 의사를 다시 확인하였다. 5명과의 면담은 바로 진행되었고, 8명과의 면담은 참여자가 방해 받지 않고 편하게 면담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정하여 개인 전화면담을 실시하였다. 참여자 2인은 방해 받지 않는 공간에서 면대면 면담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참여자 다수가 면대면 면담보다 전화면담을 선호하였는데 일부 젊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우 대면을 부담스러워하였고 다수는 이명 독특성으로 전화면담을 선호하였다. 면대면 면담은 참여자 진술에 대한 면담자의 영향과 같은 나름의 결점이 있는데[14] 본 연구에서는 전화면담으로 참여자들이 생활소음 영향이나 신분 노출 부담 없이 보다 자유롭게 집중하여 경험을 진술할 수 있었다. 장시간 전화면담으로 참여자 피로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여 면담 도중 수회 참여자 상태를 확인하였고 표정 등을 관찰할 수 없는 전화면담의 제한점 보완을 위해 반영(reflection), 명확성(clarification) 등의 방법으로 참여자 진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심층면담 전 일반적 특성 설문으로 간단한 대화를 하면서 면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심층면담은 “이명을 오래 겪어오면서 경험한 바를 말씀해주세요.”와 같은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참여자 이야기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거나 참여자의 진술이 중단된 경우 연구자가 미리 준비한 반구조화된 질문을 하여 면담을 계속 진행하였다.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자료분석에서 같은 개념과 범주가 반복됨을 확인하여 자료의 포화 시점을 확인하였다. 1인당 1회 면담을 실시하였고 참여자 4인과는 면담 내용에 관해 추가적으로 전화 면담을 실시하였다. 1회 면담은 평균 70분 정도 진행되었다. 면담 종료 직후 연구자가 직접 참여자의 언어 그대로 면담 내용을 필사했고, 면담 도중 작성한 메모도 함께 기록하여 자료 정확성을 높였다.
자료수집 전 서울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IRB No.1709/002-001). 이명 환우 사이트에 참여자 모집 문건을 게시하였고 참여 의사가 있는 자가 연구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연구자가 연구목적과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자발적 참여 의사를 확인하였다. 면담 전 면담 내용 녹음과 녹음 된 자료를 연구목적 이외 다른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 자발적 참여와 탈퇴, 중도 탈퇴에 대한 불이익 없음과 익명성 및 비밀 보장이 될 것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연구참여 및 녹음에 관한 서명 혹은 동의를 받았다. 전화 면담의 경우 연구 설명을 들은 참여자가 육성으로 자발적 연구참여와 녹음에 동의함을 구술하도록 하였다. 면담 후 참여 보답으로 인센티브가 모든 참여자에게 지급되었다. 익명성 보장을 위해 참여자 신원을 코드화하고 자료는 비밀번호가 설정된 연구자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였다. 문서 자료는 잠금 장치 있는 서류함에 보관하였고 연구 종료 후 파쇄기로 파기할 것이다.
필사된 자료는 Corbin과 Strauss [14]가 제시한 근거이론방법을 따라 자료수집과 분석을 순환적으로 실시하여 개방코딩, 연결코딩, 선택코딩을 거쳐 분석하였다. 개방코딩에서는 필사된 자료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자료를 사건, 참여자의 인식, 심리, 활동, 환경, 인간관계, 결과 등에 따라 나누면서 그 의미를 내포하는 언어로 요약하여 개념화하였고, 이 개념들을 비교하여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 범주화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59개의 개념이 도출되었고, 여기에서 20개의 하위범주가 구성되었으며 하위범주에서 8개의 상위범주가 형성되었다. 연결코딩에서는 개방코딩에서 도출된 개념들 간의 연관성을 찾아서 이를 원인, 현상, 맥락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의 패러다임 모형을 구성하였다(Figure 1). 선택코딩에서는 모든 범주들 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핵심 범주를 도출하였으며 이 핵심 범주는 이명 환자들이 이명을 수용하는 사회 심리적 행동 패턴을 요약적으로 설명한다.
Figure 1
Theoretical diagram of the symptom acceptance process of tinnitus patients.
Guba와 Lincoln [15]의 엄밀성 기준에 따라 본 연구 질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사실적 가치 확보를 위해 연구 현상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의 경험을 잘 표현해줄 참여자를 목적적으로 선정하였다. 면담 시 참여자가 편안하게 자신의 경험을 잘 진술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에 대한 배려를 하였다. 면담 후 최대한 단시간에 연구자가 직접 참여자 말 그대로 필사하여 자료 누락, 왜곡을 방지하였고 기술된 결과에 대해 참여자 4인이 면담 내용과 정리된 자료를 검토하였다. 연구결과가 연구상황 외의 맥락에도 전이 가능할 때 적용성이 확보된 것으로 간주하며 이를 위하여 연구 현상을 최대한 풍부하게 기술하고자 하였고 참여자들의 일반적 특성과 증상 특성에 관해 자세히 기술하였다. 일관성 확립을 위해 Corbin과 Strauss [14]가 제시한 근거이론 분석법에 충실하고 연구 과정 전반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였고 분석된 자료를 질적 연구 수행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자 1인에게 보여 연구자료에서 도출된 주제들이 타당하다는 감사를 받았다. 중립성 확보를 위해 연구 시작에서 종료시점까지 연구자의 편견과 선입견은 최소화하고 참여자의 경험과 견해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였다.
본 연구자는 이명을 겪는 지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오랜 세월 지켜보면서 이명으로 인한 어려움을 목도하였고 이들의 고통을 감소시킬 방법에 대해 간호학자로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본 연구자는 질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수 편의 결과물을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핵심 범주는 ‘소리의 감옥에서 벗어나 건강 유지를 위한 경고음으로 이명 수용하기’로 연구 현상에서 나타나는 기본적 사회심리과정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본 연구참여자들은 증상 초기 이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양상과 강도 변화를 겪으면서 심각성을 인식한다. 의료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이명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이해가 없음을 깨달으면서 절망, 낙심, 불안, 소외감과 고립감이 깊어지는 가운데 참여자들은 출구 없는 감옥에 갇힌 듯 느낀다.
이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과 달리 늘 이명을 인식하고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집착한다. 이명으로 수면의 양과 질이 저하되어 심신이 피폐해지고 성격 변화를 겪는데 이로 인해 관계 갈등이 불거지면서 참여자들은 삶이 망가져가는 위기감을 느낀다. 참여자들에게 이명은 빠져 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갇히게 되는 감옥으로 인식되는데 해결책 없는 현실보다 나아질 희망이 없는 암울한 미래에 대한 예견이 이들의 우울 수위를 높인다. 소리의 감옥에 갇혀 삶이 피폐해지는 가운데 참여자들이 힘을 얻는 것은 가족의 지지와 이명 환우 카페를 통한 정보와 지지이다.
참여자들의 이명 수용 과정은 ‘소리의 감옥에서 벗어나 건강 유지를 위한 경고음으로 이명 수용하기’로 요약된다. 참여자들은 ‘필사적으로 고군분투’하며 이명 완치 방편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행한다. ‘체념적 성찰’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이명 원인 탐색을 위해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심신을 방치한 채 무리하게 달려온 자신을 깨닫는다. ‘의지적 관점전환’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이명이 장기전임을 깨달으면서 이명에 대한 부정적 관점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경고음으로 바라보는 의지적 관점전환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참여자들은 출구 없는 감옥 같았던 이명을 살아있는 한 함께 가는 자신의 일부로 수용한다. 그러나 이명 없는 고요함에 대한 갈망은 이들의 여전한 바램이며, 악화에 대한 불안 또한 때때로 참여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 때 약간 불편하고 삐이 소리가 나니까 기분이 안 좋기는 했는데 심각한 고민 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신경 썼으면 바로 치료 받았을 텐데. 근데 소리가 커지니까 이러다 갑자기 청력 손실 오고 또 생활에 지장 받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오더라고요. 병원 가면 되겠지 했는데 병원 가도 해결책이 없어서 이걸로 내 인생 끝나는 건가 싶었다가 지금은 어라, 내가 잠도 자고, 스트레스도 줄고하니까 얘가 좀 줄어드네 싶어서 조절되겠다 싶어요. 급하게 탈출하려고 하면 스스로 완전 감옥에 갇힌 느낌, 답답해서 못 견딘다 말이에요. 사람이 그러면 미쳐버리는 거죠. 그런데 이건 죽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친구 삼아서 내가 건강한 생활을 하게 하고 나를 바른 생활로 이끌어주는 경고음처럼 여기는 거죠.(참여자 3: 남, 58세)
원인 조건은 중심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조건을 설명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소리의 감옥에 갇혀 피폐해짐’이라는 중심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 소리에 붙잡힘’이 도출되었다.
이명 초기 참여자들은 생소하게 들리는 미세한 소리를 누구나 한번쯤 들을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지만 시공을 가리지 않고, 강도 또한 달리하는 증상으로 심각성을 인식한다. 느긋했던 이들의 마음은 병원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부터 조급해진다. 이비인후과 검사라는 검사를 다 받아도 원인조차 파악 안 되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암 정복이라는 현대의학의 위력이 이명에는 속수무책인 현실에 직면한다. 원인조차 모르며 표준 치료법과 확실한 치료제가 부재함을 깨달은 참여자들은 이명 고통에 대한 해결책은 현대 의학 영역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깨닫는다. 참여자 대부분이 불현듯 시작된 귀 울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명이 이렇게 만성적이고, 심각하게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음을 술회한다.
처음에는 귀 속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어쩌다 한번씩, 좀 거슬리는 정도였어요. 이비인후과 갔더니 괜찮을 거라고, 특별한 문제 아니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런데 시도 때도 없고 점점 심해져서 큰 병원 가서 CT며, 온갖 검사 다 했는데 질병 문제는 하나도 없고 그냥 소리가 나는 거죠. 원인을 모르니 답답하죠. 암 생존율도 얼마나 높은데 이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병원에 매달릴 수도 없는 거구나, 막막했죠.(참여자 9: 남, 50세)
맥락은 원인 조건이 현상을 유발하도록 촉진하는 조건이나 상황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이해 부족’이 맥락으로 도출되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증명할 길이 없지만 이명의 고통을 상대방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한다. 표시나지 않기에 이명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해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사를 가르는 중증질환이 아니라 할지라도 분명 이명은 참여자들 삶의 질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위력이 높은 증상으로 체험되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이명을 단순 경미한 증상으로 치부하는 것만 같은 타인들의 반응에 자신들의 고통이 축소되고 평가절하되는 듯 느낀다. 이명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타인들의 언급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서운함을 넘어 반감마저 느끼게 하며 소외감과 고립감을 높인다.
이명이 슬픈 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꾀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병가 낸다니까 이명으로 병가야 이런 반응. 이명으로 힘들다고 하면 이해 못하니까 힘들다는 소리를 못 해요. 암도 아니고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죠. 안 겪어봐서 모르겠지 싶다가도 너무 서운하고 당신도 이 고통을 한번 겪어 봤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까지 들어요. 이걸 겪으면 그렇게 쉽게 얘기 못 할 거예요.(참여자 4: 여, 27세)
의료인은 고통을 헤아려 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참여자들은 의료인조차 이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것 같아 고립됨을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증상과 그에 따른 고통은 엄연히 실재하는 것이다. 검사상 이상 없기에 아무 문제 없다는 듯한 태도, 심적 고통에 이해는커녕 신경안정제 처방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듯한 의료인의 태도에 참여자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이 폄하되는 것 같아 분노와 불신, 막막함을 겪는다. 원인은 모른다고 하면서 노인성으로 단정짓거나 개인의 예민함, 스트레스 관리 능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의료인 발언은 참여자들에게 누구에게도 이해와 공감을 받지 못한 채 출구 없는 소리의 감옥에 홀로 갇힌 느낌을 가중시킨다.
저는 괴롭고 심각한데 의사는 검사 이상 없으니 아무런 문제없다고 하니 막말로 사람이 미칠 지경이죠. 의사들은 이런 환자를 계속 보니까 마음을 이해할 법한데 직접 못 겪어서 그런지 교과서로만 배웠다는 느낌. 치료방법 없다더니 노인성, 스트레스성이라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힘들다고 했더니 신경안정제, 설명도 안 해주고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렇더라고요.(참여자 3: 남, 58세)
현상은 원인 조건으로 발생하는 중심 상황으로 본 연구에서는 ‘소리의 감옥에 갇혀 피폐해짐’으로 나타났다.
이명이 쉬이 없어지지 않고 마땅한 치료법도 없으며 사회의 이해 또한 부재함을 깨달은 참여자들은 출구 없는 감옥에 갇힌 듯 느낀다. 참여자들의 모든 신경은 귀로 집중되어 일상에서 늘 소리를 확인하고 집착한다. 생활 소음에 이명이 어느 정도 묻히는 낮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시간은 밤이다. 이명으로 쉬이 잠들지 못하고 차폐음 사용으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참여자 대부분이 수면의 양적, 질적 저하를 겪는다. 대다수 참여자가 신경안정제를 처방 받았고 상당수가 장기 복용하였으며 일부는 극심한 불면으로 정신과 상담 혹은 입원을 하였다. 이명으로 자신의 삶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참여자들의 삶이 피폐해진다.
소리에 예민해지고 귀에 온 신경이 몰려있죠. 안 들리기 원하면서도 안 들리면 들리나 안 들리나 확인하죠, 여기 완전히 갇힌 느낌. 낮에는 미세하고, 제일 문제가 수면이에요. 소리 나는 안마기 틀어놓고, 멈추면 자다가 깨서 다시 틀고, 밤새 이걸 반복, 그러고 나면 자고 나도 몸이 개운하지가 않죠. 낮 시간에서 오후가 되면 잠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죠. 오늘 저녁에는 어떻게 자나 걱정, 불안하고, 사 일째 못 잤는데,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참여자 14: 남, 46세)
다양한 이명을 바탕 음으로 깔고 가는 일상에서 참여자들은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짜증과 신경질이 늘어난 성격 변화를 겪으며 사소한 자극에도 날 선 반응을 보이고 당연한 수순으로 관계적 갈등이 불거진다. 친구나 직장 동료뿐 아니라 감정 표출 수위가 높은 가족 관계 갈등이 높다. 혹여 중병의 신호탄은 아닌지 건강염려도 스멀거린다. 이명으로 심신의 안정이 훼손되어 힘든 가운데 관계적 위기까지 겪게 되면서 참여자들은 깊은 절망에 빠진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절망적 예견과 추락한 자존감은 극심한 우울과 함께 자살 생각까지 충동질한다. 출구 없는 소리의 감옥에 홀로 갇힌 듯 피폐해진다.
호루라기 삐익하는 소리가 너무 세게 들려 미칠 것 같아서 귀를 막 막고 그랬죠. 예민해지고 짜증이 느니까 집사람하고 힘들어졌죠. 이것 때문에 회사도 못 가고 집에 있는데 애들 학교 가고 집사람 출근하면 조용해지니까 소리가 더 심해져서 막 미칠 것 같고, 그러니까 나는 사람구실 못하겠구나, 낙담, 좌절, 두렵고, 우울하고, 자살 생각까지.(참여자 15: 남, 48세)
뭔가 큰 병이 있나 불안하고 이 소리를 내가 평생 갖고 살아야 되나, 이제 이십 대인데, 이것 때문에 많은 일을 포기해야 되나 두려웠죠. 이명은 노력해서 나아진다는 확신이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참여자 8: 여, 23세)
작용/상호작용은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행해지는 의도적 행동이나 반응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 주요 현상인 ‘소리의 감옥에 갇혀 피폐해짐’에 대처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나 반응은 ‘소리의 감옥에서 벗어나 건강 유지를 위한 경고음으로 이명 수용하기’로 요약되었다.
참여자들은 이명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일상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이명 완치에 쏟아 붙는 필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명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이명 완치를 위한 필사적 노력을 내려놓고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치열하게 달려온 삶에서 돌보지 않은 심신을 보게 된다. 이명 카페를 통해 정보와 공감, 지지를 얻으며 이명 특화된 치유법이 없음을 받아들인다. 참여자들은 완치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이명에 대한 관점을 의지적으로 전환한다. 참여자들이 체험하는 ‘소리의 감옥에서 벗어나 건강 유지를 위한 경고음으로 이명 수용하기’과정은 필사적 분투, 체념적 성찰, 의지적 관점전환의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참여자들의 모든 관심이 이명 완치에 쏠려 있는 시기로 본 연구참여자들은 ‘병원 쇼핑’과 ‘이명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 탐색과 실행’이라는 두 가지 상호작용전략을 구사하면서 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인다.
의료적 해결이 어려움을 인지하였음에도 완치에 대한 절박함으로 얇아진 귀는 혹시나 하는 기대의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고 참여자들은 입 소문 난 곳은 어디든 간다. 병이라 할 수도 없는 단순 증상을 현대 의학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이명으로 인한 극심한 우울로 정신과 상담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이명 환우 사이트를 통해 의료 기관 정보뿐만 아니라 이명 겪은 이들의 경험담과 효과가 있다는 민간 요법, 식단, 운동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의료적 해결이 어려움으로 인한 막막함 가운데 환우 사이트는 먼저 겪은 이들의 조언을 통해 이명 개선 노력의 방향을 잡는 이정표 역할과 고통에 대한 공감, 지지 역할을 하는 한편 완치 희망을 내려 놓게 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은 식이조절, 차폐음, 귀마개 및 수면 베개 사용 등 생활 속에서 이명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실행한다. 이 밖에 운동, 등산과 같은 신체 활동과 명상 등 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신체적, 심리적 노력이 이루어진다. 삶이 온통 이명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약물치료 안 해본 것 없고 한의원도 유명한 곳은 다, 침, 뜸, 체질 개선, 귀가 얇아져서 지방이든 서울이든 좋다고하면 다 가고, 귀 클리닉 재활 훈련도 받았는데 약만 독하고 소용 없더라고요. 그래도 좋다 소리 들리면 안 갈수가 없죠. 너무 힘들어서 자살 충동, 죽을 고비 넘겼죠. 이게 사람 잡는 병이더라고요. 서울까지 가서 한참 기다려 진료 받았는데 명쾌한 답 없고 그냥 살라 하니, 정신과도 갔어요. 이대로는 정말 자살할지 모르겠더라고요.(참여자 14: 남, 46세)
카페는 나 같은 사람이 많다 싶어 의지가 되고 위로를 받고 지지가 되죠. 그런 반면, 십 년, 이십 년 동안 안 사라지는구나 나도 저럴까 이런 두 개의 감정이 같이 있어요. (참여자 4: 여, 27세)
자신에게 왜 이명이 생기게 되었는지 과거를 회고하는 시기로 참여자들은 ‘현실 직시’와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상호작용전략을 사용하였다.
참여자들은 포기하고 살라는 의료인 혹은 타인의 말에 대한 저항감, 제대로 모르면서 하는 소리라는 반감을 내려놓고 이명이 단기전이 아닌 현실을 직시한다. 동시에 참여자들은 이명 발생 이전의 삶을 돌아보며 이명의 원인에 대해 숙고한다. 병리적 원인도 모른 채 이명을 잡겠다고 몸부림치며 피폐해진 삶의 가운데에서 돌아보니 심신의 피로와 과부하를 방치하면서 팽팽하게 지내온 자신이 깨달아진다. 이명이 간헐적으로 들렸을 때 몸을 돌보았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의 마음도 든다. 참여자들은 고난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해석하거나 치료적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경청, 공감 받으며 소외감과 위축감에 대한 치유를 얻는다.
악화 당시 업무 스트레스나 압박이 상당했어요. 퇴근해서도 일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출근하기 너무 싫고, 감당이 힘든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그 무렵 갑자기 이명이 시작되었죠. 그 때 쉬어줬으면 이렇게까지 안되었을지 모르는데 계속 그냥 달린 거죠.(참여자 11: 남, 35세)
어떤 원인으로 생긴지는 몰라도 하나님이 이걸 주심으로써 제 삶에 제약을 받는 것도 있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몸 챙기면서 행동에 조심하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게 되고 신앙으로 다 치유는 아니지만 신앙적으로 해석하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죠.(참여자 3: 남, 58세)
이명이 쉬이 고쳐지지 않음을 직시하고 지난 삶을 성찰한 참여자들은 ‘조급함 내려놓기’와 ‘관점전환하기’라는 상호작용 전략을 구사하였다.
참여자들은 완치에 대한 필사적이고 집요한 노력과 이명은 불치병이라는 섣부른 포기의 마음, 즉, 이명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단시간에 이명을 해결할 묘책은 존재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을 좋게 유지하여 이명이 악화되지 않게 해야 함을 깨닫는다. 참여자들은 소리는 조절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는 조절 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의지적으로 이명에 대한 관점을 전환한다.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증상이라는 무거운 마음을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심신의 건강을 돌보도록 한 경고음으로, 보다 긍정적으로 이명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애써 내려놓은 조급한 마음이 다시 급해지기 시작하고 다시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 가족의 지지가 마음을 다시 내려놓는데 힘이 되었음을 참여자들은 술회한다.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다시 조급해지고, 조급한 거는 말로 할 수가 없어요. 기약 없이 계속 쉴 수가 없으니까 막 마 음이 다시 조급해지면 동생이 자꾸 조급하니까 안 낫는다고 어차피 쉬는 거 마음 편하게 푹 쉬어야 낫는다고 위로해줬어요. 그러면 맞아 하고 다시……(참여자 5: 여, 41세)
왜 이런 시련이 내게 왔나 싶고 빨리 나아야 된다는 급한 마음이 많았죠. 이명 사이트에 몸을 돌보는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글이 많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명을 잡기보다 건강관리, 과로하거나 스트레스 높으면 확실히 심해져요. 장기전으로 보는 거죠. 좀 시끄럽긴 하지만 이걸로 건강에 늘 신경을 쓰게 되니까 도움이 되는 친구인 거죠.(참여자 13: 남, 46세)
결과는 ‘소리의 감옥에서 벗어나 건강 유지를 위한 경고음으로 이명 수용하기’의 과정, 즉 작용/상호작용전략을 사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며 본 연구에서는 ‘수용, 그러나 여전히 놓지 못하는 것들’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하위 범주는 ‘수용함으로 얻은 평안’, ‘여전한 완치 바램’과 ‘악화에 대한 불안’이다.
본 연구참여자들은 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인정하고 수용한다. 소리 감소와 증상 호전이라기 보다 이명에 대한 관점 전환으로 피폐해진 일상에 평안을 얻는다. 참여자들은 이명을 삶을 점검하게 하는 일상의 신호음으로 수용하며 건강을 돌보는 계기로 삼는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이명 수용은 완전한 적응도, 완치 바램 포기도 아니다. 원인을 찾으면 완치가 가능할거라는 희망만큼은 내려 놓을 수 없다. 수용은 해도 잡음 섞이지 않은 소리를 듣고 싶은 희망, 고요하게 지내고픈 마음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여전한 바램이다. 향후 악화 가능성, 청력 소실 불안 또한 틈틈이 솟구친다. 애써 마음을 바꾸고 수용하여 현재의 일상이 피폐함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명 악화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참여자들의 마음에 부담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이것 때문에 막 괴롭지 않아요. 제 마음이 바뀌고부터, 친구 삼아 가자 싶은 마음이 들고 나서는 이거에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걸로 건강도, 신앙도. 그래도 이것과 관련된 문자가 뜨거나 하면 혹시나 그런 기대가 있죠. 소리가 안 들렸으면 싶은 마음은 정말 간절하니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 싶은 마음이 내내 있죠. 이 마음은 끝까지 가지고 갈 것 같아요.(참여자 7: 여, 49세)
고요한 생활 못한다고 생각하면 고쳐서 빨리 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치죠. 못 돌아갈까 봐, 악화될까 봐 두렵죠. 오른쪽까지 오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는 무서워요. 지금은 지낼만하지만 옛날 미칠 것 같을 때 생각도 나고 평생 이러면 어떡하나 싶으면 되게 힘들어요. 시시각각 다르고 관리가 안 되는 놈이니까 되게 나쁜 병 같아요.(참여자 15: 남, 48세)
본 연구를 통해 증상 발생 초기 이명을 단순 불편감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나 이명으로 인한 부정적 정서를 홀로 겪는 것 등이 이명에 대한 사회적 이해 부족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수 있었다.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은 예방 및 대처에 관한 다양한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명은 유병률[1, 2]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8, 9]을 고려하건데 대중적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질병 당국이 공조하여 이명 현황 파악, 이명 관련 정보 제공을 통해 이명에 대한 대중적 이해와 인식을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연령과 함께 이명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1, 2]가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노인의 주관적 청각장애와 삶의 질에 관계를 살펴본 선행연구[16]외에 노년기 이명 관련 연구가 이루어진 바 없기에 추후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젊은 층의 이명 발생 또한 증가하고 있고[7, 17] 본 연구에서도 젊은 참여자들의 고통 또한 높았는데 젊은 연령에서 이명이 발생할 경우 삶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명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관심, 인식 확산 및 발생 방지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명에 대한 대중적 인식 고양을 위해 이명 원인 및 관련 요인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아직 이명의 정확한 기전은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이명 발생 육 개월 전 사별, 경제 및 업무 고충 등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심각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었거나[18] 스트레스, 소음, 수면 부족 등이 이명 악화 요인임을 보고하는 연구[19]에서와 같이 이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연구에 경주할 필요가 있다. 추적 조사연구를 통하여 이명 발생 및 악화, 완화 요인 규명에 힘써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는 것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 또한 청각기관 손상을 초래하여 이명 발생의 요인이 되므로 [6] 이러한 정보 확산 및 교육을 통해 일상에서 혹은 직업적으로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참여자 상당수가 이명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일부는 자살 충동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우울을 겪었는데 공감과 이해 없이 홀로 겪는 고통이 이들의 심적 부담을 높인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명 환자의 고충을 헤아려 주고 대처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지지체계 조성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 대화, 면담 같은 구술 활동의 상처 치유 효과[20]를 활용하여 이명 환자가 자신의 고통을 언어적으로 발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이명 환우 사이트가 지지체계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의료인이 주축이 된 이명 정보 제공 사이트 구축을 통해 이명 관련 최신 연구와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실 운영으로 정서적 공감과 지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지체계는 개인적이고 주관적 정보로 환자들의 심적 부담이 높아지는 이명 환우 사이트의 역기능적 면을 최소화한 훌륭한 지지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환자에 대한 경청과 고통에 대한 헤아림 없이 환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듯한 의료인 태도가 참여자들의 부정적 정서를 가중시키고 의료인에 대한 불신감을 높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이명은 단순히 교과서적 의료 접근으로는 실효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이명 원인, 진단 및 치료, 중재 개발과 적용에 다학제적 접근의 학문적 노력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 Visual Analog Scale이나 Likert 척도 등을 이용하여 인구학적, 건강 관련 요인 측면에서 이명 중증도가 측정되고 있다[21, 22]. 따라서, 이명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 효과 측정을 위해서 정확한 이명 측정 척도가 고안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학제적 협력이 요구된다. 또, 이명을 신경정신과 증상으로 보는 견해 [3]와 이명 환자에게 정신질환 공존이 빈번함[18]을 감안할 때 이명을 단순히 이비인후과적 질환으로 간주하고 검사상 이상이 없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의학, 간호학을 포함한 다학제 접근으로 이명 환자의 심적 부담 경감을 위한 중재 개발 및 적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명 완화를 위한 물리적 중재 시도[23]뿐만 아니라 이명 환자들에 대한 심리적 중재 필요성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24, 25]. 이명 적응은 심리적 요인들에 강하게 영향 받으며 따라서 이명에 대한 생각, 감정, 대처 법 등이 이명 적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고한 연구[26], 이명에 대한 회피적 태도, 이명을 엄청난 문제로 인식하는 것 등이 이명 환자의 우울증을 높인다고 보고한 연구결과[24]는 본 연구참여자들이 이명에 대한 관점을 의지적으로 전환하여 이명을 수용하고, 평안을 얻은 결과와 공통적이다. 날로 늘어나는 이명 환자 수와 삶의 질에 대한 이명의 부정적 영향으로 이명 관련 전문 의료 서비스가 요구가 급증함을 지적하며 인터넷 기반 인지행동치료를 시도한 연구[25]를 통해 심리적 중재가 이명으로 인한 불편감, 불면, 청각과민 등의 감소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참고로 이명 환자들의 정서, 심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치료적 중재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명은 종래의 치료 관행에 따른 치료적 접근에서 탈피하여 다학제 및 지역사회 공조를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명이 정서 및 인격장애, 인지, 수면 및 스트레스와 상호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명을 단순히 청각계통만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말아야 하며 더불어 이명을 겪는 모든 이들이 의료 기관에 치료적 도움을 청하지는 않는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3]. 따라서 지역사회 간호보건 인력에 대한 교육과 활용을 높여 의료 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명 환자에 대한 정보 수집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이명 환자 및 효과적 중재에 대한 요구가 늘고[11] 이에 발맞추어 이명 측정 혹은 치료 효과 측정 등의 다양한 시도가 행해지는 것[22, 25, 27]은 고무적 일이지만 현대 의학의 개가에도 불구하고 이명에 손쓰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명 치료 및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명 환자들의 이명 증상 수용 과정을 근거이론 방법으로 심층적으로 탐색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이명 환자에 대한 중재 지침과 심리 프로그램 개발에 유용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주요 현상은‘소리의 감옥에서 벗어나 건강 유지를 위한 경고음으로 이명 수용하기’로 나타났으며, 이와 관련된 간호학적 중재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이명 환자들의 치료 노력과 탐색에서 개인적 소진이 높았으므로 이명 원인 탐색 및 치료제 개발 과 같은 의료적 노력 뿐만 아니라 이명에 관한 지식을 확산하고 이명 환자에 대한 지지 체계를 형성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이명 치료 포기와 불신이 높았기에 진정한 의료 및 간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환자의 어려움에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의료인 양성을 위한 내용을 간호 교육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성별 혹은 연령대별 이명으로 인한 어려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추후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CONFLICTS OF INTEREST:The author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AUTHORSHIP:
Study conception, design acquisition, analysis and interpretation of the data and drafting of the manuscript - JWJ.